맛있는 이파리와 달콤한 과일을 좋아하는 코끼리의 식성이 지구 온난화를 방지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시아와 아프리카 코끼리는 잎이 무성한 작은 크기의 나무에 달린 이파리를 먹는 걸 즐겼다고 하는데요. 코끼리가 잘 먹는 잎과 과일을 단 나무들은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고. 이러한 코끼리의 식성 덕분에 큰 나무들이 자랄 공간이 생겨나면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흡수하고 저장할 수 있게 됐다고. 지구온난화 막는 '숲의 정원사'인 코끼리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어요!
탄소 먹는 코끼리?
미국 세인트루이스대와 프랑스 기후환경과학연구소(LSCE)와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과학자들은 아프리카에 사는 코끼리들이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흡수하는 나무를 남겨두고 이산화탄소를 덜 흡수하는 '저탄소 나무'를 골라 먹는 방식으로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하는 숲을 유지하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코끼리는 탄소밀도가 높은 고탄소 나무보다 맛과 영양가가 풍부한 저탄소 나무를 더 많이 먹는데 이러한 행위는 산림 관리인이 나무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하는 솎아 내기와 유사하다고. 솎아 낸 숲에 생긴 간벌*은 나무 간 경쟁을 줄이고 더 많은 빛과 공간, 토양 영양분을 확보해 고탄소 나무가 번성하도록 돕는다고.
*간벌 : 나무들이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여 잘 자라도록 불필요한 나무를 솎아 베어 냄
코끼리가 없어진다면?
반대로 코끼리가 숲에서 사라질 경우 열대우림에 미칠 영향도 예측했다고. 코끼리가 없는 숲은 최소 5.8%에서 최대 9.2%까지 탄소 저장량이 감소해 숲의 탄소 포집능력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요. 작고 잎이 무성한 나무들이 번성하는 반면에 큰 나무들은 성장할 공간을 잃어버리기 때문인데요. 코끼리가 멸종하면 지구온난화 속도도 빨라지는 셈이죠.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는데도 중요한 역할
코끼리가 탄소순환에 기여하는 방법 (사진=Global Rewilding Alliance)
코끼리는 이산화탄소 포집뿐 아니라 생물 다양성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식물의 씨앗을 배설물로 퍼트리는 방법을 통해서인데요. 열대우림 코끼리는 하루에 매우 먼 거리를 이동하며 100kg에서 200kg의 먹이를 먹어 치운다고. 이 먹이에는 350여 종의 식물이 포함되는데, 그 결과로 코끼리는 그 어느 동물보다 다양한 작물의 씨앗을 이곳저곳으로 옮겨 심는 거죠. 이렇게 다른 곳으로 옮겨진 씨앗은 다시 싹을 틔우고 나무로 자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
코끼리가 멸종 위기종?
코끼리는 이렇게 탄소 밀도가 높은 나무를 심고, 탄소 밀도가 낮은 나무는 제거하는 마치 '숲의 정원사'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이런 코끼리(아프리카 사바나 코끼리)가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세계자연보전총회(IUCN)에 따르면 80%에 달하는 아프리카 열대우림 코끼리가 한 세기 안에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고 해요. 사람이 사는 공간을 넓히면서 아프리카 코끼리 서식지가 줄어들어 코끼리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콩고 분지와 서아프리카 코끼리를 보호하자는 주장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는데요. 이미 코끼리 개체수가 급감해 많은 지역에서 기능적 멸종(개체수가 너무 적어 자연생존·번식이 불가능한 상태)이 된 것으로 판명됐다고. 한 연구진은 "코끼리 밀렵 및 불법거래는 여전히 활발하다"며 코끼리 보호의 확대를 촉구하기도 했는데요. "코끼리가 국내법과 국제법에 의해 보호받고 있음에도 밀렵은 계속되고 있다"며 "이는 코끼리 멸종을 막기 위해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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