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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나 미국과 달리 유럽 가정에서 에어컨은 흔한 가전제품이 아니라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유럽에서는 평균적으로 열 가구 중 한 가구만이 에어컨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거의 90%의 가구가 냉방 시스템을 보유한 중국, 일본, 미국보다 훨씬 낮은 수치죠. 경제적인 여력도 충분한 유럽인들은 왜 에어컨을 사지 않는 걸까요? 유럽에서 에어컨 사용이 저조한 이유, 자세히 알아봤어요!

01. 비싼 전기 요금

사진 = KBS 교양 [이슈 픽 쌤과 함께]

  유럽의 에어컨 보급률이 낮은 첫 번째 이유, 바로 비싼 전기 요금입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럽은 전기 요금의 폭등으로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고통스러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고. 전기 요금이 가장 많이 올랐다는 스페인은 최대 340%까지 급증하였으며 독일,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 주요 유럽 국가들도 갑작스레 오른 전기 요금에 신음하고 있다고. 이는 부분적으로 유럽이 청정에너지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02. 도시의 열섬 효과



  두 번째는 도시의 열섬 효과입니다. 에어컨은 실내를 식히는 만큼 바깥공기를 가열하는데요. 에어컨이 있는 사람들의 편안함이 에어컨이 없는 사람들의 불편함을 초래하는 것을 의미하죠. 프랑스 국립기상연구센터는 파리가 2030년까지 에어컨 사용을 두 배 늘리면, 도시의 바깥 온도를 2도 이상 올릴 것으로 추정했다고. 정책 입안자들은 요양원 등 취약한 곳을 제외하고는 에어컨 장려를 꺼린다고 해요. 유럽인들도 에어컨이 남에게 피해를 준다고 인식한다고. 

03. 건축적 요소

© heytowner, 출처 Unsplash

  세 번째는 건축적인 요소 때문인데요. 유럽의 주택 건축물의 절반 이상은 1970년 이전에 건설됐다고 해요. 에어컨이 설치된 집은 애초에 지어지지 않았죠. 대신 유럽의 건축물들은 기후 친화적으로 지어졌다고. 여름 햇빛을 막을 수 있는 외부 셔터가 창마다 설치돼 있고, 발코니도 일반적이라고 하는데요. 발코니에 파라솔을 설치하고 휴식 공간으로 사용한다 해요. 

04. 환경 의식 & 문화적인 이유



  네 번째로는 유럽인들의 환경 의식과 문화적인 이유 때문인데요. 유럽에서는 그간 미국의 에어컨 의존을 과잉이라며 조롱해왔다고. 정육점 냉장고 같은 온도를 유지해 한여름에도 실내에서 스웨터를 입어야 하는 미국의 냉방 시스템을 유럽인들은 경멸해왔다고 해요. 에어컨을 미국에서 수입된 것으로 여겨 반감을 갖거나 온실가스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 냉방병 등 에어컨에 대한 유럽인들의 부정적 인식은 여전하다고. 



  이렇게 그간 유럽에서는 에어컨을 환경파괴의 주범이자 사치품으로 여겼는데요. 하지만 이상고온이 수년째 지속되자 유럽의 많은 지역에서 에어컨을 필수품처럼 구입하고 있다고. 외신에 따르면 2012년 86만 5000대였던 이탈리아의 연간 에어컨 판매량은 지난해 192만 대 2배 이상 뛰었다고 해요. 1990년 5%에 불과했던 스페인의 가정 내 에어컨 보급률은 2040년 50%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고.